겨울 정전과 저체온증: 난방이 끊긴 집에서 체온을 지키는 법
겨울 정전으로 난방이 멈췄을 때 옷·공간·바닥 순서로 체온을 지키는 법, 질병관리청 기준 저체온증 단계별 증상과 응급조치, 실내 부탄·숯 난방이 위험한 이유를 정리했다.
겨울 정전에서 진짜 위험은 어둠이 아니라 추위다. 가스보일러도 점화와 난방수 순환에 전기를 쓰는 경우가 많아, 전기가 끊기면 난방까지 함께 멈추기 쉽다. 집은 한동안 온기를 품고 있지만 몇 시간이 지나면 벽과 바닥부터 식는다. 그리고 저체온증은 눈 덮인 산에서만 생기지 않는다. 질병관리청은 저체온증을 체온이 35℃ 밑으로 떨어진 상태로 정의하는데, 추운 방에 오래 가만히 있는 고령자는 실내에서도 여기에 이를 수 있다.
이 글은 두 가지를 다룬다. 난방 없이 체온을 지키는 순서,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절대 하면 안 되는 한 가지 — 실내에서 불을 피워 난방하는 것이다. 추위는 시간을 두고 오지만 일산화탄소는 잠든 사이에 온다.
- 작은 방 하나에 모인다. 문틈·창·바닥 순서로 막고 깐다
- 얇게 여러 겹, 모자·목도리·양말. 젖은 옷은 바로 갈아입는다
- 실내에서 부탄 난로·숯·가스레인지로 난방하지 않는다
- 술로 몸을 데우지 않는다
- 떨림이 멈추고 말이 어눌해지면 악화 신호 → 119. 젖은 옷을 벗기고 담요, 겨드랑이·배 보온
- 버티기 힘들면 안전디딤돌 앱으로 한파쉼터를 찾는다
먼저, 정전인지 난방 고장인지
보일러가 멈췄다면 원인부터 가른다. 우리 집만 꺼졌는지, 단지 전체인지, 동네 전체인지에 따라 복구 시간과 연락처가 달라진다. 확인 순서는 정전을 처음 겪는다면에 정리해 두었다. 동네 전체 정전이라면 복구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제로, 집이 아직 따뜻할 때 체온 관리를 시작한다. 추위를 느낀 뒤에 움직이면 이미 늦다.
- 열 가두기: 쓰지 않는 방 문을 닫고, 창문과 커튼을 모두 닫는다
- 옷 바꾸기: 땀이나 물에 젖은 옷은 마른 옷으로 갈아입는다
- 전열기 끄기: 전기장판·히터는 플러그를 뽑아 둔다 (복구 때 무인 가열 방지)
- 사람 확인: 함께 사는 고령자·영유아, 혼자 사는 이웃 어르신의 상태를 살핀다
옷 — 두껍게 한 벌보다 얇게 여러 겹
질병관리청은 추운 날 내복이나 얇은 옷을 여러 벌 겹쳐 입고, 모자·목도리·장갑으로 보온하라고 권한다. 옷과 옷 사이에 생기는 공기층이 단열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너무 꽉 끼게 겹쳐 입으면 공기층이 눌려 효과가 떨어진다.
특히 챙길 곳은 머리·목·겨드랑이다. 질병관리청 저체온증 예방요령은 이 부위가 큰 혈관이 지나 열을 빨리 잃는 곳이라며 우선 보온하라고 안내한다. 실내에서도 모자를 쓰고 목도리를 두르는 것이 어색해 보여도 효과가 크다. 발은 양말을 겹쳐 신고, 잘 때도 벗지 않는다.
땀과 물기는 적이다. 젖은 옷은 마른 옷보다 훨씬 빨리 열을 빼앗는다. 몸을 데우려고 격하게 움직여 땀을 내기보다 가벼운 실내 운동으로 몸을 움직이고, 물과 음식을 거르지 않는다. 질병관리청도 적절한 수분 섭취와 고른 식사가 체온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안내한다.
"술 한잔이면 몸이 데워진다"는 오해다. 술을 마시면 잠깐 따뜻하게 느껴지지만 질병관리청은 음주와 카페인이 열 손실을 빠르게 만든다고 경고한다. 음주는 추위를 느끼는 판단도 흐리게 해, 저체온증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난방이 끊긴 밤에는 술 대신 따뜻한 음료를 마신다.
공간 — 방 하나, 틈 막기, 바닥부터
난방이 끊긴 집에서는 지킬 공간을 줄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가장 작고 창이 적은 방 하나에 가족이 모이고, 나머지 방 문은 닫는다. 방이 작을수록 사람의 체온만으로도 공기가 덜 식는다.
그 방에서 열이 새는 길은 문틈, 창, 바닥이다.
- 문틈: 수건이나 담요를 말아 문 아래 틈을 막는다
- 창: 커튼을 치고, 그 위에 이불이나 단열 시트를 덧댄다. 밤에는 특히 창에서 떨어져 앉는다
- 바닥: 매트·요·이불을 여러 겹 깐다. 차가운 바닥에 앉거나 누우면 몸이 닿은 면으로 열이 계속 빠져나간다. 덮는 것만큼 까는 것을 챙긴다
잘 때는 이불 여러 장보다 침낭이 몸에 밀착돼 효율적이다. 정부도 겨울 캠핑 때 밀폐된 텐트 안에서 난방기구를 쓰지 말고 침낭으로 체온을 지키라고 권한다. 집에서도 원리는 같다.
막되, 가끔은 바꾼다. 질병관리청은 겨울철에도 2~3시간 간격으로 하루 3번, 10~30분씩 창문을 열어 환기하라고 안내한다. 사람이 모여 틈을 막은 방은 공기가 금방 탁해진다. 따뜻한 낮에 잠깐 문을 열어 공기를 바꾼다. 정전이 며칠 이어질 때의 식수·조명 운영은 정전 72시간 매뉴얼을 참고한다.
절대 하지 않는 것 — 실내에서 불 피우기
추위가 심해지면 사람들은 불을 떠올린다. 캠핑용 부탄가스 난로, 숯, 가스레인지. 하지만 이 셋은 모두 일산화탄소를 만든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일산화탄소를 "냄새도 색도 없이 경고 없이 목숨을 앗아가는 가스"라고 설명하며, 자고 있거나 술에 취한 사람은 증상을 느끼기도 전에 숨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적십자는 정전 때 가스레인지로 집을 데우지 말고, 야외용 스토브를 실내에서 난방이나 조리에 쓰지 말라고 안내한다. FEMA의 Ready.gov도 "가스레인지나 오븐으로 집을 데우지 말라"고 적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부는 밀폐된 텐트 안에서 숯이나 난로를 쓰는 것이 화재뿐 아니라 중독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거듭 경고해 왔다. 문을 닫고 틈을 막은 방은 텐트와 다르지 않다.
일산화탄소 중독의 흔한 증상은 두통, 어지러움, 무력감, 메스꺼움과 구토, 가슴 통증, 혼란이다(CDC). 감기 몸살과 비슷해 놓치기 쉽다. 여러 사람이 한 방에서 동시에 머리가 아프다면 의심한다. 즉시 창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119에 신고한다.
일산화탄소 경보기는 저렴한 보험이다. 정부는 보일러실 환기구를 항상 열어 두고, 실내에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설치하라고 권한다. 가스보일러를 쓰는 집이라면 정전과 상관없이 평소에도 달아 둘 가치가 있다. 전기가 돌아와 보일러를 다시 켤 때도 배기통이 빠지거나 찌그러지지 않았는지 살핀다.
저체온증, 단계별로 알아보기
체온을 지키려 애써도 누군가 이상해 보인다면 저체온증을 의심한다. 질병관리청은 체온 35℃ 미만을 저체온증으로 보고 3235℃를 경증, 2832℃를 중등도, 28℃ 미만을 중증으로 나눈다.
| 단계 | 체온 | 보이는 신호 | 할 일 |
|---|---|---|---|
| 경증 | 32~35℃ | 심한 떨림, 판단력 저하·건망증, 말이 어눌해짐, 비틀거림 | 따뜻한 곳으로, 젖은 옷 벗기고 마른 담요로 감싸기, 의식이 있으면 따뜻한 음료. 저체온증이 의심되면 119에 알려 안내받기 |
| 중등도 | 28~32℃ | 떨림이 오히려 멈춤, 근육이 굳음, 극심한 피로·졸림, 의식이 흐려짐 | 즉시 119. 몸을 거칠게 움직이지 말고 담요로 감싼 채 기다리기 |
| 중증 | 28℃ 미만 | 의식 없음, 호흡·맥박이 약하거나 느껴지지 않음 | 즉시 119, 상황요원의 지시에 따르기 |
증상 구분은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체온 구간은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기준.
가장 흔한 신호는 CDC가 꼽는 떨림, 탈진, 혼란, 손놀림이 서툴러짐, 기억이 흐려짐, 말이 어눌해짐, 졸림이다. 영아는 피부가 선홍색으로 차갑고 기운이 매우 없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추운 방에 있던 가족이 평소와 달리 멍하거나 말이 느려지고 손놀림이 둔해졌다면, 본인이 춥다고 하지 않아도 의심한다.
떨림이 멈췄다고 나아진 게 아니다. MSD 매뉴얼은 체온이 계속 떨어지면 떨림이 멈추고, 이는 몸이 더는 열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위험 신호라고 설명한다. 떨던 사람이 조용해지고 졸려 한다면 회복이 아니라 악화다. 바로 119에 신고한다.
119가 오기 전까지
질병관리청의 현장 응급처치는 단순하다. 젖은 옷을 벗기고, 마른 담요나 침낭으로 감싸고, 겨드랑이와 배에 따뜻한 물건을 댄다. 서울아산병원은 의식이 있으면 따뜻한 음료를 주고, 환자를 조심스럽게 다루라고 덧붙인다.
반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팔다리를 세게 문지르거나, 뜨거운 물에 담그거나, 난로 가까이 몸을 붙이는 것처럼 직접 강한 열을 가하는 것은 피한다. 체온이 많이 떨어진 사람을 거칠게 움직이면 부정맥 위험이 있다. 의식이 없다면 119 상황요원의 안내에 따라 행동한다. 혼자 사는 집이라면 응급 키트에 은박 담요 한 장을 넣어 두는 것도 방법이다 → 혼자 사는 집, 최소한의 응급 키트 구성
버티지 말고 옮겨야 할 때
집 안에서 체온을 지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방 안이 계속 식고, 겹쳐 입어도 떨림이 멈추지 않거나, 고령자·영유아·환자가 함께 있다면 장소를 옮기는 것이 맞다. FEMA도 추위나 더위가 극심하면 전기가 들어오는 공공장소로 가라고 권한다.
국내에서는 겨울철 복지관·주민센터·금융기관 등에서 한파쉼터가 운영된다. 행정안전부 안전디딤돌 앱의 안전시설 검색이나 현재 위치 조회, 국민안전24에서 가까운 한파쉼터를 찾을 수 있다. 정전이 길어질 것 같으면 휴대폰 배터리가 남아 있을 때 미리 위치를 확인해 둔다. 전기로 작동하는 의료기기를 쓰는 가족이 있다면 정전 때 어디로 갈지 평소에 담당 의료진과 정해 두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저체온증은 체온이 몇 도일 때인가요?
질병관리청 기준으로 체온이 35℃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다. 3235℃는 경증, 2832℃는 중등도, 28℃ 미만은 중증으로 나눈다. 체온계가 없다면 떨림, 어눌한 말, 비틀거림, 이상하게 졸려 하는 모습으로 판단하고, 떨림이 멈췄다면 악화 신호로 본다.
실내에서도 저체온증에 걸리나요?
걸린다. 난방이 없는 추운 방에 오래 가만히 있으면 특히 고령자는 실내에서도 저체온증에 이를 수 있다(MSD 매뉴얼). 질병관리청은 65세 이상은 체온조절 기능이 약하고, 어린이는 몸에 비해 피부 면적이 넓어 열을 쉽게 잃는다고 설명한다. 겨울 정전 때 이 가족들을 먼저 살핀다.
정전 때 부탄가스 난로를 방 안에서 잠깐 써도 되나요?
권하지 않는다. 연료를 태우는 난방기구는 일산화탄소를 만들고, 틈을 막은 방에서는 농도가 빠르게 올라간다. 미국 적십자·CDC·FEMA 모두 야외용 난로·숯·가스레인지를 실내 난방에 쓰지 말라고 안내한다. 체온은 옷·이불·침낭으로 지키고, 버티기 어려우면 한파쉼터로 옮긴다.
- 옷 — 얇게 여러 겹, 머리·목·겨드랑이 먼저, 젖은 옷은 바로 교체
- 공간 — 작은 방 하나, 문틈·창·바닥 순서로 막고 깔기
- 금지 — 실내 부탄 난로·숯·가스레인지 난방, 술로 몸 데우기
- 신호 — 떨림·어눌한 말·비틀거림, 떨림이 멈추면 악화 → 119
- 응급 — 젖은 옷 벗기고 담요, 겨드랑이·배 보온, 문지르기·뜨거운 물 금지
- 이동 — 버티기 힘들면 안전디딤돌 앱으로 한파쉼터 찾기
난방이 끊긴 밤에 필요한 건 대단한 장비가 아니라 옷장과 이불장, 그리고 불을 켜지 않는 절제다. 온기는 모아서 지키고, 한계가 오면 망설이지 않고 옮긴다. 그 두 가지를 아는 집은 겨울 정전을 추운 하룻밤으로 끝낸다.
참고 자료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 저체온증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 겨울철 저체온증 예방요령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 겨울철 한파대비 건강수칙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전국 강추위 지속…저체온증 등 '한랭질환' 주의하세요
- 서울아산병원 — 저체온증 (질환백과)
- MSD 매뉴얼 일반인용 — 저체온증
- 미국 CDC — Preventing Hypothermia
- 미국 CDC — Carbon Monoxide Poisoning Basics
- 미국 적십자 — Power Outage Safety
- FEMA Ready.gov — Power Outages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 예방 위한 주의사항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안전디딤돌 앱에서 한파쉼터를 찾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