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발생 첫 60초, 무엇을 해야 하나
흔들리는 동안은 몸을 지키고, 멈춘 뒤에 움직인다. 행정안전부 국민행동요령을 기준으로 첫 60초의 순서, 조기경보 재난문자의 의미, 장소별 대응과 흔한 오해를 정리했다.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리고, 몇 초 뒤 바닥이 흔들린다. 이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은 두 가지다. 문을 향해 뛰거나, 그 자리에 얼어붙는 것. 둘 다 흔한 반응이지만 정답은 아니다. 지진 대응의 핵심은 "흔들리는 동안은 움직이지 않고 몸을 지킨다, 흔들림이 멈추면 그때 움직인다"는 순서 하나다.
이 글은 행정안전부 국민행동요령과 기상청 안내를 기준으로, 경보가 울린 순간부터 넓은 공간에 도착하기까지의 첫 60초를 순서대로 정리한다. 60초는 정확한 시간이라기보다, 흔들림을 버티고 대피를 시작하기까지의 짧은 구간을 부르는 말이다.
- 탁자 아래로 들어가 다리를 잡고 머리를 지킨다. 문으로 달리지 않는다
- 흔들림이 멈추면 가스·전기를 끄고 문을 열어 출구를 확보한다
- 신발을 신는다. 유리 파편이 있다
- 계단으로 내려간다. 엘리베이터는 타지 않는다
- 밖에서는 건물·담장·전신주와 거리를 두고 운동장·공원으로
- 여진이 온다. 라디오·안전디딤돌로 공식 안내를 확인한다
재난문자가 먼저 울렸다면: 몇 초의 의미
한국에서는 기상청이 지진 조기경보를 운영한다. 기상청 안내에 따르면 조기경보는 내륙 규모 3.5 이상, 해역 규모 4.0 이상 지진에 발령되고, 최초 관측 후 수 초에서 수십 초 안에 신속정보가 나간다. 이 정보가 휴대폰 재난문자로 전달되는데, 규모와 지역에 따라 등급이 다르다.
| 재난문자 등급 | 기상청 발송 기준(지진) | 받았을 때 |
|---|---|---|
| 위급재난문자 | 규모 6.0 이상 | 즉시 몸을 숨길 곳으로. 흔들림에 대비 |
| 긴급재난문자 | 규모 4.0 이상(해당 지역) | 탁자 아래 등 보호 자세를 준비 |
| 안전안내문자 | 규모 3.0 이상 | 상황 확인, 이후 안내 주시 |
진원에서 가까운 곳은 문자보다 흔들림이 먼저 올 수도 있다. 그래서 문자를 "대피하라"는 뜻이 아니라 "몸을 지킬 준비를 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 기상청은 지진이 나면 먼저 주변에 알리고, 머리와 몸을 보호하고, 진동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고 안내한다. 문자가 울린 뒤의 몇 초는 문으로 달려가는 데가 아니라 탁자 아래로 들어가는 데 쓴다.
휴대폰 설정을 한 번 확인해 두세요. 기종에 따라 긴급재난문자·안전안내문자 수신을 끌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실수로 꺼져 있지 않은지 설정의 '긴급 알림' 메뉴를 확인하고, 가족과는 연락이 끊겼을 때 어디서 만날지 미리 정해 두면 좋습니다. → 가족 비상 연락 계획, 종이 한 장으로 끝내기
흔들리는 동안: 움직이지 말고 몸을 지킨다
행정안전부 국민행동요령의 첫 문장은 단순하다. "탁자 아래로 들어가 몸을 보호하고, 탁자 다리를 꼭 잡습니다." 다리를 잡으라는 이유는 흔들림에 탁자가 미끄러져 몸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흔들리는 동안 가장 큰 위험은 건물 붕괴보다 넘어지는 가구와 떨어지는 물건, 깨지는 유리다.
- 탁자가 있으면: 아래로 들어가 탁자 다리를 잡는다. 머리와 목을 가장 먼저 지킨다
- 탁자가 없으면: 방석·가방·팔로 머리를 감싸고 창문과 키 큰 가구에서 떨어진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이때 창문에서 먼 안쪽 벽 옆에 몸을 낮추라고 안내한다
- 침대에 누워 있었다면: FEMA는 엎드려 베개로 머리와 목을 덮으라고 권한다. 어두운 방을 더듬어 움직이는 것보다 낫다
- 주방에 있었다면: 흔들리는 중에 불을 끄러 가스레인지로 달려가지 않는다. 불과 가스는 흔들림이 멈춘 뒤에 처리한다
"흔들리면 일단 밖으로 뛰어나간다"는 오해입니다. 흔들리는 중에 계단과 현관으로 달리면 넘어지거나, 떨어지는 외벽·유리·간판에 맞기 쉽습니다. FEMA도 실내에 있다면 밖으로 뛰어나가지 말고, 문틀 아래도 피하라고 안내합니다. 문틀이 안전하다는 말은 오래된 속설이고, 한국 국민행동요령도 흔들리는 동안의 자리로 문틀이 아닌 탁자 아래를 제시합니다.
흔들림이 멈춘 뒤: 전기·가스, 문, 그리고 계단
흔들림이 멈추면 그때부터가 대피다. 국민행동요령은 **"전기와 가스를 차단하고, 문을 열어 출구를 확보합니다"**라고 안내한다. 순서에는 이유가 있다. 가스가 새는 상태에서 전기 스파크가 튀면 화재로 번질 수 있고, 건물이 뒤틀리면 문이 끼어 열리지 않을 수 있다. 문을 먼저 열어 두는 것은 여진이 와도 나갈 길을 남겨 두기 위해서다.
- 가스: 가스레인지를 끄고 중간밸브를 잠근다. 가스 냄새가 나면 불을 켜지 말고 창문을 연다
- 전기: 두꺼비집(분전반)의 메인 차단기를 내린다. 위치를 평소에 알아 두어야 이 단계가 몇 초에 끝난다
- 출구: 현관문을 열어 둔다. 바닥에 깨진 유리가 있을 수 있으니 신발을 신는다
- 이동: 건물 밖으로 나갈 때는 계단을 쓴다. 정전과 고장으로 갇힐 수 있어 엘리베이터는 쓰지 않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흔들림을 느꼈다면 국민행동요령은 모든 층의 버튼을 눌러 가장 먼저 열리는 층에서 내린 뒤 계단으로 대피하라고 한다. 갇혔다면 비상 호출 버튼이나 인터폰으로 구조를 요청한다.
차단기와 밸브 위치는 지금 확인해 두세요. 지진 뒤에는 정전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전등을 머리맡이나 현관 가까이에 두면 어두운 계단에서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정전이 길어질 때의 순서는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 정전이 3일간 이어진다면: 72시간 매뉴얼
장소별로 다른 첫 행동
집이 아닌 곳에서 흔들림을 만날 가능성도 크다. 행정안전부와 국민안전24의 장소별 행동요령을 표로 묶었다.
| 있는 곳 | 흔들리는 동안 | 멈춘 뒤 |
|---|---|---|
| 집·사무실 | 탁자·책상 아래, 다리를 잡는다 | 전기·가스 차단, 문 열고 계단으로 |
| 엘리베이터 | 모든 층 버튼을 누른다 | 먼저 열리는 층에서 내려 계단으로 |
| 백화점·마트 | 진열장에서 떨어져 기둥·계단 근처에서 몸 보호 | 안내에 따라 대피 |
| 극장·경기장 | 가방 등으로 머리와 몸을 보호한다 | 안내에 따라 침착하게 대피 |
| 전철 | 손잡이·기둥을 잡아 넘어지지 않는다 | 전철이 멈춘 뒤 안내 방송에 따라 행동한다 |
| 운전 중 | 비상등을 켜고 속도를 줄여 도로 오른쪽에 정차 | 라디오로 정보 확인, 키를 꽂아 두고 걸어서 대피 |
| 거리 | 가방이나 손으로 머리 보호, 건물·유리창·간판에서 떨어진다 | 운동장·공원 등 넓은 공간으로 |
| 산·바닷가 | 산사태·낙석 위험 지역에서 벗어난다 | 지진해일 특보가 나오면 높은 곳으로 |
운전 중 차를 세우고 떠날 때 키를 꽂아 두라는 것은, 도로를 비워야 할 때 다른 사람이 차를 옮길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영유아가 있다면 국민안전24은 유아차보다 아기띠로 안고 대피하라고 안내한다.
밖으로 나온 뒤: 넓은 공간, 그리고 여진
건물 밖이라고 끝난 게 아니다. 흔들림으로 약해진 외벽 마감재, 유리창, 간판, 담장이 뒤늦게 떨어질 수 있다. 국민행동요령은 가방이나 손으로 머리를 보호하며 건물과 거리를 두고 주위를 살피며 운동장이나 공원 같은 넓은 공간으로 가라고 한다. 좁은 골목에서 담장에 기대 쉬는 것은 피한다.
가까운 지진 옥외대피장소는 국민안전24이나 행정안전부 안전디딤돌 앱에서 찾을 수 있다. 평소 학교 운동장이나 공원 중 어디로 갈지 한 번만 정해 두면, 실제 상황에서 방향을 고민하는 시간이 사라진다.
- 부상 확인: 가족과 주변 사람의 부상을 살피고, 다친 사람이 있으면 119에 신고한다
- 여진 대비: 큰 흔들림 뒤에는 여진이 따라올 수 있다. 다시 흔들리면 같은 방식으로 머리부터 지킨다
- 정보: 라디오나 공공기관 안내 방송 등 공식 정보에 따라 움직이고, 확인되지 않은 소문은 퍼뜨리지 않는다
- 귀가 후: 문을 열 때 선반·옷장 위 물건이 떨어질 수 있으니 조심하고, 가스 냄새·전선 손상이 없는지 확인한 뒤 전기·가스를 다시 켠다
오래 밖에 머물러야 할 수도 있다. 현관 근처에 비상 배낭이 있으면 대피가 훨씬 수월하다. 무엇을 넣고 어떤 순서로 꾸릴지는 생존 배낭 꾸리는 순서에 정리해 두었다.
자주 묻는 질문
고층 아파트에 사는데, 흔들리면 바로 계단으로 내려가야 하나요?
흔들리는 동안에는 내려가지 않는다. 흔들림 중 계단은 넘어지기 쉽고 낙하물 위험도 크다. 국민행동요령에 따라 탁자 아래에서 버틴 뒤, 흔들림이 멈추면 전기·가스를 차단하고 문을 열어 출구를 확보한 다음 계단으로 대피한다. 엘리베이터는 쓰지 않는다.
탁자가 없는 원룸에서는 어디에 있어야 하나요?
책상이 있다면 책상 아래가 우선이다. 마땅한 곳이 없다면 방석·베개·가방으로 머리를 감싸고, 창문과 냉장고·책장처럼 넘어질 수 있는 가구에서 떨어져 몸을 낮춘다. 평소에 키 큰 가구를 벽에 고정하고, 침대 머리맡 위에 무거운 물건을 두지 않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비다.
재난문자가 울렸는데 흔들림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요?
규모와 거리에 따라 흔들림이 약하거나 늦게 올 수 있다. 우선 머리를 보호할 수 있는 자리 가까이로 이동해 몇 초간 상황을 살핀다. 흔들림이 없으면 문자 내용과 기상청·지자체의 후속 안내를 확인한다. 흔들림이 없는데 서둘러 건물 밖으로 뛰어나갈 필요는 없다.
- 경보·흔들림 — 주변에 알리고, 탁자 아래로. 문으로 달리지 않는다
- 흔들리는 중 — 탁자 다리를 잡고 머리를 지킨다. 이동하지 않는다
- 멈춘 직후 — 전기·가스 차단, 문 열어 출구 확보, 신발 신기
- 대피 — 계단으로, 엘리베이터 금지. 가방으로 머리 보호
- 밖에서 — 건물·담장과 거리를 두고 운동장·공원으로. 여진과 공식 안내 주시
지진은 예고 없이 오고, 첫 흔들림 앞에서 생각할 시간은 거의 없다. 그래서 필요한 건 많은 지식이 아니라 몸에 붙은 순서 하나다. 흔들리면 숨고, 멈추면 끄고, 열고, 계단으로. 이 한 문장을 오늘 한 번 소리 내어 말해 두면, 그날의 몇 초가 달라진다.